성경번역의 대박 실수
한국인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영어도 잘합니다.. 그래서 번역을 누구나 할 수 있는 허드렛일로 여깁니다. 게다가 요즘은 구글 번역, 빙 번역 등이 많이 좋아져서 간단한 문장들은 번역기 돌려서 읽을 수 있고 따라서 번역사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번역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기계번역은 속도는 빠를지 몰라도 문맥에 맞지 않는 용어와 번역 투의 어색한 표현, 긴 문장이나 대화체 표현일 때는 과감하게 통째 생략하기 등으로 인해 중요한 문서에서는 사용하기 곤란하고, 특히 판결문, 논문, 서적 등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문맥에 맞는 용어의 선택은 전체적인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기초가 되는데 해당 분야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어느 정도의 창의력을 필요로 하므로 아마 이 부분은 기계가 영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일 것입니다.
저는 교회에 나가지는 않지만 매일 성경을 읽습니다. 한글로도 읽고 영어로도 읽습니다. 이상하게 한글이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성경은 일상에서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번역문이 아닐까 싶어요. 번역사로서 과연 번역이 제대로 되었을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기독교에 속하는 영역이기도 하고 교회에서 가장 잘 설명해 주어야 하는 개념인 ‘혼’과 ‘영’, ‘영혼’에 대해서 조사해보았습니다.
1. Soul
Wikipedia에 따르면, 많은 종교적, 철학적, 신화적 전통에 있어서 Soul은 살아있는 존재의 무형적인 본질이다. Soul이나 프시케(고대 그리스어: ψύχειν psýkhein의 ψυχή psykhḗ, "숨을 쉬다")는 살아있는 존재의 정신적 능력, 즉 이성, 성격, 느낌, 의식, 기억, 지각, 사고 등으로 구성된다. 철학적 체계에 따라 Soul은 반드시 죽거나 죽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Cambridge Dictionary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믿기를, 육체가 죽은 후에도 어떤 형태로 계속 존재한다고 하는 사람의 정신적 부분 또는, 물질이 아닌 부분으로서 깊은 감정과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부분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Soul은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혼(魂), 넋과 비슷한 개념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 Spirit
Wikipedia에서는, 민간신앙에서 Spirit은 모든 생명체 내에서 살아 움직이는 힘 또는 생기를 불어넣는 힘이다. 1628년 윌리엄 하비와 1633년 르네 데카르트는 신체의 특정 어느 곳에 활력 또는 생명력이 있어서 마치 공장에 있는 엔진이 기계를 움직이는 것처럼 전체 육체를 살아 움직이게 한다고 생각했다. Spirit은 종종 초자연적 존재 또는 비물질적 실체, 예를 들어 악마, 유령, 요정 또는 천사와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vocabulary.com에서는, Spirit은 "숨"이라는 라틴어 단어에서 나왔으며, 호흡과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존재의 기본적인 부분으로 간주된다. 어떤 사람들은 영(Spirit)을 몸과 분리된 것으로 보고 Ghost(유령)의 또 다른 단어라고 여긴다. 또 "일반적인 기분이나 의도"를 의미할 때도 Spirit을 사용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합니다.
Cambridge Dictionary에서는, 생각, 감정, 또는 행동의 특정한 방식, 특히 특정 그룹의 사람들, 활동, 시간 또는 장소에서의 전형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Spirit은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영(靈), 신, 정신과 유사한 개념으로 Ghost와 의미가 약간 겹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Soul과 Spirit의 차이점에 대해 찾아보겠습니다.
3. Difference between Soul and Spirit
GotQuestions.org에서는 이렇게 답합니다. Soul과 Spirit은 성경이 인간답다고 여기는 주요한 무형적 부분으로서 둘 사이의 정확한 차이점을 파악하는 것은 까다로울 수 있다. Spirit이라는 단어는 인간의 무형적인 면만을 의미한다. 인간에게는 Spirit(영)이 있지만 우리 자체가 Spirit(영)은 아니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오직 믿는 자만이 영적으로(spiritually) 살아 있는 것이고 (고린도전서 2:11; 히브리서 4:12; 야고보서 2:26) 믿지 않는 자는 영적으로(spiritually) 죽은 것(에베소서 2:1~5; 골로새서 2:13)이라고 말한다. Spirit은 사람이 신과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을 주는 인간의 요소이다.라고 합니다...
Soul과 Spirit의 차이점에 대해서 검색해보면 온통 기독교 입장에서 쓴 글뿐이네요. 아무튼 성경 번역에 대해 파헤쳐 보기로 했으니까 검색을 바탕으로 정리해보면, Soul은 육신과 대조되는 개념으로 혼 또는 넋인 것 같고 Spirit은 영 또는 정신이라는 뜻으로 성경에서는 ‘성령’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4. 영혼 구원?
이렇게 용어를 파헤쳐 보니 기독교에서 말하는 ‘영혼 구원’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인 것 같습니다. 베드로전서 1:9에 ‘믿음의 결국 곧 영혼의 구원을 받음이라’라는 구절이 있는데, NIV에서는 for you are receiving the goal of your faith, the salvation of your souls. KJV에서는 Receiving the end of your faith, even the salvation of your souls. 모두 soul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믿음의 결말인 ‘혼’의 구원을 받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혼(Soul)은 구원을 받는 객체이고 영(Spirit)은 구원을 하는 주체입니다. Spirit을 법, 기준, 가이드라인으로 대체해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몸(Body)과 혼(Soul)으로 이루어진 사람이 하나님의 영(법, 기준, 가이드라인)을 받아, 하늘 아버지가 계신 천국으로 최종 골인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지요. 낯선 타지에서 길을 잃었는데, 집으로 가는 경로가 세팅된 내비게이션을 받았다고 하면 이해가 더 쉬울까요? ㅎㅎ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는 이분설, 삼분설 등 의견이 분분하다고 합니다. 이분설은 영혼+몸, 삼분설은 영+혼+몸이라고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뭐가 옳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신학 전공이 아니라서... 하지만 기술 번역사의 입장에서 Soul은 ‘혼’으로 Spirit은 ‘영’으로 통일적으로 번역하는 것이 옳지 않았나 싶습니다.
5. The Holy Spirit
영(Spirit)을 법, 기준, 가이드라인으로 대체해서 성경을 읽어보면 신약과 구약이 서로 일맥상통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구약에서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명령, 계명, 법(commands, commandments, law)이 신약에서는 영, 성령(the Spirit, the Holy Spirit)인 셈이지요. 둘 다 하늘 아버지가 계신 천국으로 나의 인생길을 인도해 주는 수단입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 육신과 혼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성령은 구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자신의 영 또는 세상의 영에 사로잡힌 상태이겠지요. 성령을 받지 못한 사람은 눈에 보이는 이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즉 영들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간과하며 살아갑니다. 성령을 받은 사람은 그때부터 영적인 감각이 깨어나 천국을 향한 발걸음을 떼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성령을 받지 못함=죽은 상태, 성령을 받음=영이 깨어나 살아남]이라는 구원관을 제대로 정립하며, 우리의 싸움은 영적 전쟁이라는 것, 세상의 영을 따를 것이냐 하나님의 영을 따를 것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라는 것을 올바로 깨닫기 위해서는 Soul(혼)과 Spirit(영)의 개념을 분리해서 번역했어야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잘못된(?) 번역 때문에 기독교는 여느 종교와 마찬가지로 도덕적인 종교가 되어버렸습니다. 개념이 뒤죽박죽이 되어 기독교인들조차도 구원이 무엇인지 설명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기독교... 사실 기독교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Christian은 종교가 되면 안 됩니다. 종교가 아니라 우리를 만드신 하늘 아버지와의 만남, 동행이어야 합니다.
6. 마음이 가난하다?
유명한 구절이 있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마태복음 5:3) 영어성경을 보면, NIV와 KJV 둘 다 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 for theirs is the kingdom of heaven 라고 되어 있습니다. Spirit(영)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마태복음 7:7)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이 가난하다는 것은 영적인 갈증으로 목말라 죽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영을 받지 못해서 가난한 자들은 성령을 구하라, 그러면 선하신 하나님이 반드시 주실 것이고 천국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라고 풀 수 있겠네요.
7. 이요브의 쉬운 비유
비유로 설명하자면, 타지에 나갔는데 길을 잃었어요. 하늘 아버지께 수신자 부담으로 직통 전화를 겁니다.
이요브: 아빠, 집에 가는 길을 못 찾겠어요. ㅠㅠ direction 좀 주세요.
하늘 아버지: 그래, 알았다. 구글 드라이브에서 다운받아라.
이요브: 넹~
구글 드라이브에 가보니 신규 자료가 있군요. 네비에 잘 다운로드 받습니다. 네비를 켜보면 “500미터 앞에서 우회전입니다” “앞으로 2km 동안 직진입니다” 등의 direction이 나오겠죠. 그럼 나는 그 direction 대로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비게이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네비가 “500미터 앞에서 우회전입니다”라고 했는데 50미터 앞에서 우회전을 한다든가 그냥 직진을 한다든가 direction에 따르지 않으면 큰일 나요. 헤매게 됩니다. 경로 탐색을 다시 해야 하고 그만큼 시간도 허비하고 낯선 곳에서 지치게 됩니다...
내비게이션은 성령 하나님에 비유해 볼 수 있습니다. 내 몸이 마치 성전인 것처럼 내 안에 오셔서 오른쪽으로 가라, 왼쪽으로 가라 direction을 주십니다. 그런데 내가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하거나 꿈쩍도 하지 않으면 성령님은 “아놔, 얘를 어떻게 해야 돼?” 걱정하시겠죠. 성령의 근심입니다. ‘나도 성경책 읽어야 하는데...’ ‘나도 기도 생활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축하합니다. 당신 안에 성령님이 계신다는 증거입니다.
단속 카메라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네비는 항상 최신으로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즉 매일 성경을 꾸준히 읽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성경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잠만 오지만 꾸준히 읽다 보면 전에는 몰랐던 내용이 눈에 뜨이고 이해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업데이트되는 순간입니다.
8. 좋은 영과 나쁜 영
영(Spirit)에는 좋은 영도 있고 나쁜 영도 있습니다. 개역개정 요한1서 4:1에 보면 “사랑하는 자들아 영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분별하라 많은 거짓 선지자가 세상에 나왔음이라”라고 되어 있고요, NIV에서는 Dear friends, do not believe every spirit, but test the spirits to see whether they are from God, because many false prophets have gone out into the world, KJV에서는 Beloved, believe not every spirit, but try the spirits whether they are of God: because many false prophets are gone out into the world.라고 되어 있습니다. 좋은 영은 하늘 아버지가 계신 천국으로 인도하는 영이고, 나쁜 영은 망하는 길로 인도하는 영입니다.
솔직히 어떤 영이 좋은 영이고 나쁜 영인지 분별하는 게 어렵습니다. 저도 영적으로 매우 예민해서 환상도 보고 꿈도 꾸지만 영 분별은 어렵네요. 나름대로 세운 기준이 ‘아가페 사랑’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길일까? 그렇다면 성령님이 이끄는 길이고 그렇지 않다면 세상의 영이 이끄는 길일 것입니다. 하지만 애매한 부분도 많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을 분별하는 것이 교회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 중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 교회들은 방언으로 기도하면 귀신 씌었다고 하고 환상을 봤다거나 꿈 이야기를 하면 신비주의에 빠졌다며 배척합니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여러 방언을 할 줄 알았던 바울 사도는 귀신의 소리를 말한 것이고 꿈을 꾸거나 해몽했던 요셉과 다니엘은 신비주의에 빠진 것이겠군요!
9. 갑작스런 마무리
한국 교회들은 영적인 갈증과 궁금증에 대한 시원한 답변은 회피한 채 예배에 매주 참석하고, 헌금을 꼬박꼬박 바치며, 전도를 많이 하는 등 ‘부지런히 일하면’ 구원받는 것처럼 말합니다. 그것이 과연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길인지, 성공적인 ‘교회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것인지 궁금하네요. 젊은 세대의 영적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성경에서 말하는 예언과 경고에 대해 교회가 성경 그대로의 설명과 해답을 주었더라면, 그랬어도 과연 많은 젊은이들이 신천지 같은 이단에 빠졌을까 생각해봅니다.
10. 위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사족
제가 편지 번역을 하고 있는 한국 컴패션에는 기독교인인 후원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편지에서 성경 이야기, 예수님, 성령님에 대해서 쓰기도 합니다. 성령을 번역할 때 the Holy Ghost라는 표현도 있지만, 제 생각엔 the Holy Spirit을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Spirit이라는 말이 후원 어린이에게는 어려운 개념이겠지만 성경에서 the Holy Spirit이라고 쓰고 있고 아직은 어려서 이해가 잘 안 되더라도 정확한 개념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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