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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ound

매력적인 영미 법원 판결문 번역 -- 계약 위반과 입증책임

바로 본론으로 

 

예전에 번역했던 판결문 중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었습니다.

 

"The standard elements of a claim for breach of contract are '(1) the contract, (2) plaintiff's performance or excuse for nonperformance, (3) defendant's breach, and (4) damage to plaintiff therefrom. [Citation.]"" (Wall Street Network, Ltd. v. New York Times Co. (2008) 164 Cal.App.4th 1171, 1178.) A promissory note is "presumptive evidence of a consideration," and "[t]he burden of showing a want of consideration sufficient to support an instrument lies with the party seeking to invalidate or avoid it." (Civil Code, §§ 1613-14.)
Here, Defendant has failed to rebut the presumption of a lack of consideration.

 

이해를 위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The standard elements of a claim for breach of contract 계약 위반으로 청구하기 위해서는 요건이 필요합니다. (1) the contract 계약의 존재, (2) plaintiff's performance or excuse for nonperformance 원고는 자신의 의무를 이행해야 함 또는 불이행한 경우에는 정당화 사유, (3) defendant's breach 피고는 계약을 위반함, (4) damage to plaintiff therefrom 피고의 계약 위반으로 원고가 손해를 입음, 4가지를 원고가 증명해야 합니다.

 

promissory note 약속어음은 presumptive evidence of a consideration 어떤 대가를 추정하는 증거가 됩니다. consideration은 보수라는 뜻인데요, 여기서는 대가, 유가적인 약인(約因)이라는 뜻입니다. 유상쌍무 계약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그 유상(有償), 즉 어떤 행위에 대하여 대가나 보상이 있다는 뜻입니다.

 

the burden of showing~ 입증책임이란 소송에서 증거를 제출해서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판사님을 설득해야 하는 책임을 말합니다. 무엇에 관한 입증책임이냐면, a want of consideration sufficient to support an instrument 어떤 증서를 지지하기에 충분한 유상성 또는 대가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입니다. instrument는 법률문서, 증서 등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약속어음이 될 수 있습니다. , 약속어음의 유상성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대가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lies with the party seeking to invalidate or avoid it 무효화하거나 회피하려는 당사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무거운 입증책임

누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느냐에 따라 승패소가 갈리기도 합니다.

증명하기 어려운 것에 대해 입증책임을 떠안게 된 경우에는 소송에서 질 수도 있습니다.

 

 

원고는 계약위반청구를 위한 기본적인 요건 4가지만 입증하면 되고, 약속어음에 대해서는 약속어음이 유상이 아니라 무상이라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무상성(쉽게 말하면 공짜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피고는 대가성 결여의 추정에 대해 반박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엄밀히 말하면, ‘대가성 결여의 추정에 대해 반박하지 못한 게 아니라 대가성(또는 유상성) 추정에 대해 결여되었음을 반박하지 못했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은데요, 머 우리도 글 쓰다보면 그런 문법적 오류를 자주 하니까요.

 

여기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다른 문장들을 읽어보면 원고는 위에서 말한 4가지 요건에 대해 모두 증거를 제출해서 입증에 성공했지만 피고는 약속어음이 무상이라는 주장에 대해 성공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나오거든요.

 

문장 하나하나 번역하면 앞뒤 말이 안 맞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래서 더욱, 판결문을 번역할 때는 여러 번 읽어보고 문맥에 맞게 번역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계약위반 청구 요건

상자를 뺏으려 하자 화가 난 고영희 씨가 소송을 걸겠다는군요. 계약 위반이 인정되려면

계약의 존재, 본인의 의무 이행, 상대방의 불이행, 손해 발생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전에 당사자능력이 없어서 각하될 것 같네요.

 

대망의 번역 비교

 

먼저 MTPE입니다.

 

"계약 위반에 대한 청구의 표준 요소는 '(1) 계약, (2) 원고의 이행 또는 불이행에 대한 변명, (3) 피고의 위반 및 (4) 이로 인한 원고의 손해입니다. [인용.]"" (Wall Street Network, Ltd. v. New York Times Co. (2008) 164 Cal.App.4th 1171, 1178.) 약속 어음은 "대가의 추정적 증거"이며 "증서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대가의 부족을 입증할 책임은 그것을 무효화하거나 회피하려는 당사자에게” 있습니다. (민법, §§ 1613-14.) 여기서 피고는 대가성 부족 추정을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은 수년 전 미숙했던 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계약 위반 청구에 대한 표준 요소는 '(1) 해당 계약, (2) 원고의 이행 또는 불이행 이유, (3) 피고의 위반, 및 (4) 이로 인한 원고의 손해이다. [인용.]'"(월스트리트 네트워크 유한회사 v. 뉴욕타임즈 (2008) 164 Cal.App.제4회 1171, 1178.) 약속 어음은 "대가(對價)에 대한 추정 증거"이며 "어떤 증서의 유상(有償)성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대가가 결여되었음을 보여줄 책임은 그것을 무효화하거나 회피하려는 당사자에게 있다." (민법, §§ 1613-14.) /역자 주: 약속 어음은 유상성이 추정되므로, 약속 어음에 유상성이 없다는 것에 대한 입증책임은 무상성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피고는 대가성 결여의 추정에 대해 /반증을 들어(역자 추가)/ 대항하는 데 실패했다.

 

번역 공증용으로 번역한 건데요, 너무 어려운 것 같아 역자 주를 달았습니다. 공증용은 정확해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의역하면 안 됩니다. word-for-word translation으로 해야 해서 한글화에 제약이 많고 번역해도 어렵기 때문에 (단가는 낮은 편) 저는 주로 /역자 주/를 달아드리는데요, 고객님이 일단 읽고 이해하시면 /역자 주/ 부분만 삭제하면 되거든요.

 

논문용이거나 법원제출용이라면 다음과 같이 할 것 같습니다.

 

"계약 위반으로 소를 청구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은 '(1) 해당 계약, (2) 원고의 이행, 또는 불이행한 까닭, (3) 피고의 계약 위반, 및 (4) 이로 인한 원고의 손해입니다. [인용]'"(월스트리트 네트워크 유한회사 v. 뉴욕타임즈 (2008) 164 Cal.App.제4회 1171, 1178.) 약속 어음은 "대가(對價)성을 추정하는 증거"가 되며 "어떤 약속어음 증서를 충분히 뒷받침할 만한 유상(有償)성이 결여되었음을 입증할 책임은 그것을 무효화하거나 회피하려는 당사자에게" 있습니다. (민법, §§ 1613-14.)  이 사건에서 피고는 대가성 결여의 추정에 대해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번외 AI 번역 비교

 

요즘 핫한 AI에게 번역을 시켜 보았습니다. 먼저 챗 GPT입니다.

 

"위약금 제소의 표준 요소는 '(1) 계약, (2) 원고의 수행 또는 비수행에 대한 변명, (3) 피고의 위반, 그리고 (4) 그로 인한 원고의 피해입니다. [인용.] (Wall Street Network, Ltd. v. New York Times Co. (2008) 164 Cal.App.4th 1171, 1178.) 답책어는 '상호간에 합의의 증거'로서, '[계약문서를] 무효화하거나 피하는 데 충분한 대가의 부족을 보여주는 책임은 무효화하려는 당사자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민법, 조항 1613-14.) 이 경우, 피고는 대가의 부족의 추정을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형편없네요. 설명 안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바드입니다.

 

표준적인 계약 위반 소송의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계약, (2) 원고의 이행 또는 이행 불이행에 대한 변명, (3) 피고의 위반, (4) 그로 인한 원고의 손해. [인용문]. (월스트리트 네트워크 주식회사 v. 뉴욕 타임스 컴퍼니 (2008) 164 Cal.App.4th 1171, 1178.) 약속어음은 "상환의 추정 증거"이며, "[약속어음의 효력을 무효화하거나 회피하려는 당사자는 약속어음의 효력을 지지하기에 충분한 상환의 부족을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민법 §§ 1613-14.) 여기서 피고는 상환 부족의 추정을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꽤 괜찮네요, 구글번역 기반이라서 그런지 거의 정확합니다...라고 생각했는데 얘도 큰일 날 소리 하고 있네요. 약속어음은 "상환의 추정 증거"라고 하고 있는데 "상환"은 돈을 갚거나 돌려준다는 뜻이라서 요넘 말대로라면 약속어음은 빌린 돈을 갚았다는 것을 추정하는 증거라는 의미가 되고, 약속어음이 빌려준 돈을 상환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해야 한다는 결론이 되는데 말이 안 되죠.

 

약속어음은 발행인이 일정금액을 일정시기 및 일정장소에서 지불할 것을 약속한 어음을 말합니다. 돈을 빌리고 약속어음을 발행했는데 상환하지 않으려는 피고가, 증여, 사기, 강박 등으로 피담보채권이 무상이라거나 무효라고 입증해야 하는 것입니다.

 

법률번역에서는 바드처럼 부드럽고 유창하게 표현했지만 엉터리인 경우를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 유창성보다 정확성이 더 중요합니다. 평소에는 챗지피티가 더 유창하고 바드는 정확한 편이었는데 이번 경우는 특이하군요. 어찌 됐건, AI 번역은 아직 사람의 손길이 필요해 보입니다.

 

급 마무리

 

이런 게 진짜 번역이죠. 10년 정도 번역하면서 이렇게 가슴 뛰는 번역을 해 본 적이 별로 없어요. 대부분 공증용 문서였고 계약서였어요. 판결문이나, 논문이나, 법학서 번역이 들어오면 씐나서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데. 앞으로 매력적인 영미법 판례 번역이 많이 들어오길 기대해 봅니다.